창의적 사고는 어떻게 훈련되는가: 정보 과잉 시대를 위한 인지 전략

우리는 왜 더 많은 정보 속에서 덜 창의적으로 변할까?

현대인은 매일 수천 개의 정보를 접한다. 스마트폰만 켜도 뉴스, 광고, 영상, 메시지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정보를 흡수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사유(思惟)하는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편적 정보에 익숙해질수록 깊은 사고를 하기보다는 즉각 반응하고 소비하는 습관이 강화된다. 이는 곧 창의성의 기반인 ‘연결’과 ‘재구성’의 과정을 방해하게 된다.
창의성은 단순한 영감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서로 다른 개념을 엮어내며, 기존의 관점을 전복시키는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이다. 그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느림, 수용이 아니라 전환, 반복이 아니라 변형에 있다.

창의성의 본질: 연결, 전환, 재구성

창의적 사고는 종종 ‘천재성’과 같은 신비한 능력으로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인지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매우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창의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하나의 문제나 자극으로부터 여러 개의 해답과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 브레인스토밍이 대표적 예
• 개념적 전이(conceptual transfer): 한 분야에서 익힌 지식을 전혀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사고 전환 능력. 창의성의 핵심이다.
• 의미망 연결(semantic network): 다양한 개념들을 연결하고 재배열하는 능력. 창의적인 사람은 머릿속에 더 ‘풍부한 개념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변형하느냐에 중점을 둔다. 즉, 창의성은 정보 자체의 양보다 연결하는 능력의 질에 달려 있다.

창의력을 방해하는 디지털 시대의 세 가지 요인

(1) 인지 과부하 (Cognitive Overload)
현대인의 뇌는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하느라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집중력은 분산되고, 사고의 깊이는 얕아진다. 창의성은 정보를 잠시 ‘멈추고’ 연결하고 변형하는 데서 나오는 것인데, 우리의 뇌는 멈출 틈을 주지 않는다.
(2) 즉시 반응 중심 사고
SNS 알림, 실시간 뉴스, 빠른 검색 결과에 익숙한 뇌는 ‘천천히 생각하는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 현상을 **‘시스템 1(빠른 직관)’과 ‘시스템 2(느린 사고)’**의 비율 문제로 설명했다. 창의성은 시스템 2의 영역인데, 우리는 이를 거의 훈련하지 않고 살아간다.
(3) AI와 검색 의존
요즘은 질문만 던지면 AI가 요약해 주고, 검색 엔진이 최고의 답을 찾아준다. 이런 환경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사고하고 정의하고 재구성하는 기회’를 박탈한다. 창의성의 핵심은 문제 자체를 어떻게 다시 바라보느냐인데, 우리는 문제를 정의하기도 전에 정답을 찾는다.

정보 과잉 시대를 위한 5가지 창의력 훈련 전략

① 질문 바꾸기 훈련 –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라
창의적 사고의 핵심은 정답을 찾는 것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더 빨리 배송할 수 있을까?" 대신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전자는 최적화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새로운 기회를 여는 창의적 질문이다.
② 무관한 연결 찾기 – 상관없어 보이는 개념을 엮어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전혀 다른 개념이 연결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음악과 금융, 미술과 엔지니어링, 요리와 UX 디자인처럼 전혀 다른 분야를 억지로라도 연결해 보는 훈련을 해보자. 이른바 **‘의도적 충돌 사고법’ (Conceptual Blending)**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기법이다.
③ AI 도구를 역으로 활용하기 – 창의성의 거울로 삼기
AI는 훌륭한 조력자지만, 창의력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 답은 왜 식상한가?' '다르게 질문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되묻는 식으로 사용하면, 사고 확장의 도구로 전환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AI에 기대기보다는 AI를 실험 대상으로 활용한다.
④ 디지털 디톡스 타임 – 생각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라
매일 30분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자.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한 쉼이 아니다. **내면의 잡음을 정리하고, 아이디어의 씨앗이 움트는 ‘비생산의 시간’**이다. 스마트폰을 끄고, 걷거나 글을 쓰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연결하려 시도한다.
⑤ 다중 정체성 사고 – 다양한 역할로 사고를 전환하라
창의성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다. 한 문제를 두고 어린아이, 과학자, 시인, 고객, 미래의 나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사고해 보자.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뇌의 사고 회로를 다변화시키는 훈련이다. UX 디자이너들이 사용자 역할을 가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