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고고학

동물 고고학: 고대 동물 유해를 통해 과거의 흔적을 해석하다

soo2125 2025. 5. 7. 23:31

동물 유해 분석이란 무엇인가?

‘동물 유해 분석’은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동물의 뼈, 치아, 뿔, 비늘, 껍질 등의 생물학적 잔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과거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는 고고학적 기법입니다. 이는 동물 고고학의 핵심 절차로, 고대 생태계, 식문화, 경제 구조, 종교적 신념까지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합니다.
‘동물 유해 분석’은 단순한 동물 종 식별에 그치지 않고, 해당 유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었는지, 어떻게 보존되었는지,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분석은 유적의 기능, 사회 구조, 인간-동물 관계, 심지어 기후 변화까지 유추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동물 유해 분석 절차: 과학과 고고학의 융합적 접근

동물 유해 분석은 단순한 뼈의 감별을 넘어 고대 사회의 식생활, 경제 구조, 환경 적응 방식, 인간-동물 상호작용까지 포괄하는 학제 간 연구입니다. 따라서 분석은 체계적이고 다단계적인 절차를 따르며, 각 단계는 자료의 신뢰도와 해석의 정밀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1. 현장 수집 및 전처리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동물 유해는 우선 체계적인 수집 과정에 따라 회수됩니다. 이때 지층정보, 맥락정보, 공간분포가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유해의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확보하게 됩니다. 수거된 유해는 실험실에서 토사 제거, 자연풍 건조, 분류 등의 전처리를 거치며, 모든 표본에는 고유 식별번호와 레이블이 부여됩니다. 이는 후속 분석의 과학적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2. 해부학적 및 형태학적 분류
각 유해는 기초 해부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해골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종(species), 속(genus), 목(order) 단위의 분류가 이루어집니다. 현대 동물의 비교표본집(comparative osteology collection)과 비교하여 형태학적 차이를 구분하며, 일부 미세한 유해의 경우 3D 스캐닝을 활용한 디지털 비교 분석도 병행됩니다.

3. 병리학 및 스트레스 지표 분석
유해에 나타난 비정상적 형태—예를 들어 골절, 관절염, 감염 흔적—등을 분석하여, 해당 개체가 자연사한 것인지,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인지, 또는 가축으로 사육되며 반복적 노동을 수행했는지 등을 평가합니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의 동물 이용 방식과 복지 수준, 인간의 개입 정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합니다.

4. 생체 연령 및 성별 판정
유해의 골화 정도, 치아 마모 패턴, 수컷과 암컷 간 골격 차이를 분석하여 동물의 연령 구조와 성비를 추정합니다. 특히 가축화 연구에서 연령 편향(juvenile kill-off pattern)은 사육 및 번식 전략을 설명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5. 인위적 가공 흔적 및 사용 양상 해석
뼈에 남은 절단 자국, 칼흔, 불에 탄 흔적, 골수 추출 흔적 등은 인간이 해당 동물을 식량자원, 도구 재료, 의례용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밝혀주는 지표입니다. 마이크로웨어 분석을 통해 정밀한 도축 기술이나 조리 방식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주요 분석 기법: 고대 동물 유해에 적용되는 과학기술

고고학에서 동물 유해는 단순한 뼈가 아닌, ‘생명과 문화의 기록’입니다. 이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 기법이 동원되며, 각각은 유해가 지닌 정보를 최대한 끌어내는 정밀한 도구로 기능합니다.

  • 형태학적 비교 분석 (Morphological Comparison)
    가장 기본적인 기법으로, 출토 유해의 해부학적 구조를 현대 표본과 비교하여 종 및 개체를 판별합니다. 형태학적 데이터는 통계처리를 통해 개체군 구성, 성장곡선, 변이 특성 등도 분석할 수 있어, 유전적 다양성과 개체군 관리 전략까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Radiocarbon Dating, C14)
    출토 유해의 연대를 절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특히 유기물이 보존된 뼈에 유용합니다. C14 측정값은 환경보정값과 함께 연대보정곡선(calibration curve)에 적용되어, 고고학적 층위와 사건의 시간적 맥락을 정밀하게 연결하는 데 사용됩니다.
  • 안정 동위원소 분석 (Stable Isotope Analysis)
    뼈와 치아에 축적된 탄소(C), 질소(N), 산소(O), 스트론튬(Sr) 등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여 식이 패턴, 수분 섭취원, 기후 환경, 이동 경로 등을 추론합니다. 예를 들어, 질소 동위원소 수치는 해양 식품 섭취 여부를 나타내며, 스트론튬 분석은 동물의 지리적 이동 여부를 밝히는 데 활용됩니다.
  • 고대 DNA 분석 (Ancient DNA, aDNA)
    유해에 보존된 미량의 DNA를 분리·증폭하여 종의 유전적 특성, 계통 관계, 품종 다양성 등을 분석합니다. aDNA 분석은 가축화 기원, 인간-동물 공진화, 멸종종의 복원 등 고차원의 질문에 답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최근에는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환경 DNA와 상호 작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물 유해 분석이 밝히는 고대 사회

동물 유해 분석은 단지 동물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정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생활: 어떤 동물이 주로 소비되었는지, 어떤 부위를 선호했는지, 도축 시기나 조리 방식은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 계층: 특정 유해가 특정 구역에서만 발견된다면, 계층 간 음식 차별이나 신분 구조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교역: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는 외래종 유해는 교역이나 이주 경로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종교 및 의례: 특별한 형태로 처리된 동물 유해는 종교적 희생 제물이나 의례적 사용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국내외 동물 유해 분석 사례

국내의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 암사동 유적에서 출토된 멧돼지, 사슴, 고래 등 다양한 동물 유해가 있습니다. 이 유해들은 신석기시대의 수렵 및 어로 활동, 식생활, 주거 환경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국외에서는 이집트에서 발견된 고양이와 악어의 미라가 의례와 종교적 상징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며, 영국 스톤헨지 근처에서 발견된 돼지 뼈는 대규모 축제 및 공동체 생활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