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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해양 고고학과 선박 구조의 상관관계
해양 고고학은 단순히 난파선이나 유물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대 선박의 구조와 항해 방식을 해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선박은 당시 기술력, 자원 활용, 해상 전략 등을 반영하는 집약체로, 선박 구조 분석은 곧 그 시대 사람들의 과학·기술적 수준을 파악하는 수단이 됩니다.
특히 목재 조각, 선체 결합 방식, 돛대의 위치, 조타 장치의 잔해 등은 선박의 원형을 복원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주요 분석 대상: 고대 선박의 핵심 구조
고대 선박 구조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하지만, 해양 고고학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중심으로 선박을 복원하고 비교합니다.
1. 선체(Frame and Hull)
선박의 바닥과 측면을 구성하는 선체는 안정성과 적재력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고대 선박에서는 주로 목재 판재를 겹겹이 맞물리게 조립하는 ‘클링커(clinker)’ 방식 또는 맞물림 없이 외부에서 고정하는 ‘카르벨(carvel)’ 방식이 쓰였습니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철못 없이 나무못으로 결합한 선체가 흔하며, 동아시아에서는 물고기 비늘처럼 겹치는 판재 구조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선체의 두께, 곡률, 재료의 수종 등도 분석 대상입니다.
2. 용골(Keel)
용골은 선체의 중심을 지탱하는 뼈대 역할을 하며, 배의 균형을 유지하고 항해 중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해양 고고학자는 용골의 형태와 길이를 통해 선박이 어떤 해역을 주로 항해했는지, 얼마나 큰 파도를 견딜 수 있었는지를 추정합니다. 예를 들어, 긴 용골을 가진 선박은 외해(外海) 항해용으로, 짧은 용골은 강이나 연안 항해용으로 해석됩니다.
3. 조타 장치(Steering System)
고대 선박은 키(rudder)나 노(oar)를 사용해 방향을 조절했습니다. 조타 장치의 흔적은 선미 구조, 고정구 위치, 노를 꽂던 홈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선박에서는 측면에 두 개의 방향 노를 달아 균형을 유지했으며, 한반도에서 발견된 선박 조각에서는 단일 후미 조타 키의 흔적도 확인됩니다.
4. 돛대 및 항해 장비(Masts and Rigging)
돛대는 배의 추진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해양 고고학에서는 돛대의 구멍 흔적, 로프 고정 장치, 갑판의 지지 구조 등을 분석해 돛의 크기와 배열, 항해 방식까지 추정합니다. 예를 들어, 단일 돛대를 가진 소형 상선은 연안 무역에 적합하며, 2~3개의 돛대를 가진 대형 선박은 원거리 해상 무역을 가능하게 했습니다.분석 기술과 방법론
해양 고고학에서 선박 구조 분석은 수중 발굴에 기반한 정밀한 조사와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 3D 스캔 및 모델링: 선박 잔해를 디지털로 복원하여 전체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CT 촬영 및 방사선 분석: 내부 목재의 부식 정도, 가공 방식 등을 파악합니다. - 재질 분석: 사용된 목재의 종류를 파악해 선박의 제작 지역과 자원 유통망을 추적합니다.
- 연대 측정: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C14)을 통해 선박의 제작 시기를 추정합니다.
- 복원 시뮬레이션: 바다에서의 부력, 속도, 적재 가능량 등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합니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은 단지 선박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대 해상 기술의 실용성과 혁신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사례로 보는 선박 구조 분석
- 울루부룬 난파선 (Ulu Burun Shipwreck)
터키 남부 해안에서 발견된 기원전 14세기 무역선입니다. 이집트, 미노스, 키프로스, 시리아 등 다양한 지역의 물품을 싣고 있었으며, 목재 선체는 레바논산 삼나무로 제작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돛대는 단일이며 평평한 바닥 구조로 연안 항해에 적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 신안선
대한민국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선박입니다. 중국 원나라 도자기, 청자, 향신료, 금속 화폐 등을 싣고 있었고, 큰 규모의 적재 능력과 단단한 용골 구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해양 고고학자들은 신안선을 통해 고려 시대 해상 무역의 수준과 선박 설계의 고도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양 고고학의 의의: 선박을 통해 본 문명
선박 구조 분석은 단순한 기술 복원이 아닌, 해양 문명의 생활상, 경제 체계, 기술 혁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고대 선박은 오늘날의 항공기나 우주선에 비견될 정도로, 당시 기술과 자원을 총동원해 제작된 고도의 장치입니다. 선박 한 척을 해양 고고학적으로 분석하면, 당대의 과학기술 수준, 무역 규모, 사회 구조, 지식의 전파 양상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해양 고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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