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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고고학 발굴 현장의 역할과 동물 고고학의 시작점
고고학 발굴 현장은 고대 유물과 유해가 최초로 발견되고 기록되는 지점으로, 동물 고고학에 있어 그 중요성은 절대적입니다. 모든 동물 유해 분석은 이 현장에서의 정확한 문맥 정보 확보를 전제로 하며, 발굴 당시의 층위, 공간적 분포, 주변 유물과의 관계는 이후 해석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고고학 발굴은 단순한 유물 수집이 아니라, 고대 사회의 생활상과 생태 구조를 재현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행위입니다. 따라서 동물 고고학자는 발굴 초기부터 참여해 유해의 수습 방식, 기록 체계, 보존 환경 등을 직접 점검하며 분석 기반을 마련합니다.
유해 출토 지점의 환경 분석과 맥락 해석미시 공간 분석(Micro-contextual Analysis)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는 유해가 단순히 ‘어디에서 나왔는가?’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배열로 발견되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동물 유해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이는 의도적인 매장이나 식사 후 처리된 잔해일 수 있으며, 무작위로 흩어진 경우에는 퇴적 과정의 자연적 영향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 해석은 주로 지층 단위로 세분된 발굴(Single Context Excavation) 방식과 함께 이루어지며, 수직 및 수평 분포도, 3차원 좌표 시스템, 현장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통해 시각화됩니다. 이를 통해 유해의 공간적 관계성이 보다 정밀하게 분석됩니다.유해의 보존 상태와 환경 조건
동물 유해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는 발굴 현장의 토양 성분, 산화-환원 환경, 수분 및 pH 등 물리화학적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석회질 토양에서는 유해의 석질 화가 촉진되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지만, 산성 토양에서는 뼈가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러한 정보는 유해 보존 상태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지형 특성, 기후 조건, 인간 거주 환경까지 재구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동물 고고학자는 지질학자, 환경 고고학자와 협업해 발굴 현장의 자연조건도 함께 분석합니다.현장에서의 유해 채집과 기록 방식
정밀 채집 기술: 부스러기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의 동물 유해 채집은 단순히 뼈를 모으는 작업이 아닙니다. 특히 소형 동물이나 조류, 어류의 뼈는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아 습식체(sieving) 또는 **부유식 부표법(flotation)**을 통해 채집됩니다. 이 방식은 유기질 및 탄화된 동물 조직까지도 확보할 수 있어, 식생활 분석이나 가공 흔적 분석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또한 수평 및 수직 위치 좌표(x, y, z) 기록은 이후 유물 간 상관관계 분석에 필수적이며, 레이저 거리 측정기, GPS 기반 기록 장치, 드론 정사영 이미지 등 디지털 도구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실험실 분석 자료와 연결되어, 3차원적으로 맥락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현장 기록의 체계화와 데이터베이스화
현장에서 수습된 모든 동물 유해는 일련번호가 부여되어 디지털 유물 기록 시스템에 등록됩니다. 이는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세부 항목을 포함합니다:
출토 일자 및 참여 조사자
유해의 정확한 위치 좌표와 지층 정보
유해의 크기, 보존 상태, 분류명
초기 육안 관찰 소견(절단 흔적, 열 손상 등)
이런 기록은 차후에 연대 측정(C14), 동위원소 분석, DNA 분석과 같은 실험 결과와 연결되어 하나의 통합 보고서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의 기록은 이후 모든 분석의 ‘근거자료’이자 ‘해석 도구’입니다.사례로 보는 동물 유해 출토 현장
1. 신석기시대 정착지에서의 가축화 흔적
한반도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멧돼지, 사슴, 개의 뼈가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개(Canis familiaris) 유해는 발굴 당시 주거지 중심부에서 비교적 완전한 골격 상태로 인위적 매장 형태를 띠고 있어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단순한 식용 폐기물이 아닌, 일정한 의례적 또는 사회적 의미를 지녔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개의 유해는 주변에서 인위적인 매장 구덩이 흔적, 토양 성분의 차이, 그리고 **동물 뼈 외에 다른 유물(예: 점토 구슬, 뼛조각 도구 등)**과 함께 발견되어 의례적 행위나 주술적 의미를 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처럼 동물 유해는 생물학적 분석을 넘어 인류학적 해석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유해의 치아 마모 분석 및 골화 정도를 통해 이 개체가 노령의 개였으며,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생활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신석기시대 후기에 이르면 일부 개체가 가축화된 반려동물로서 공동체에 소속되었을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유전적 분석이 가능할 경우, 현대 개와의 유전적 유사성 및 조상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고고 생물학적 접근은 고대 가축화 과정의 실증적 증거로 기능합니다.
더불어 이 지역에서는 개만 아니라 사슴 및 멧돼지 뼈에서도 일관된 절단 흔적이 발견되어, 정기적인 사냥 및 해체, 분배의 구조화된 체계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멧돼지의 경우는 가축화가 이루어지기 전 야생 상태에서 잡힌 것으로 판단되며, 고기 소비만 아니라 사냥 기술의 발달 수준, 무기 사용 흔적 등의 분석도 병행되고 있습니다.2. 고대 도심 유적에서의 식량 잔재
서울 도심의 삼국시대 유적지에서는 당시 고대 도시만의 일상적인 식생활과 유통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동물 유해들이 대거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돼지(Sus scrofa domesticus)와 닭(Gallus gallus domesticus)의 뼈가 주거지, 배수로, 저장시설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되었으며, 일부는 탄화 상태로 발견되어 열에 의해 조리된 흔적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이들 유해에는 날카로운 칼자국, 절단면의 반복적 패턴, 내장 제거 흔적 등 도축 및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자국들이 뚜렷이 남아 있었으며, 이는 단순한 음식물 폐기물이 아니라 조리 체계가 체계화된 도시 생활의 일면을 드러냅니다. 더 나아가 유해와 함께 출토된 삼국시대 토기류(예: 기왓조각, 토분, 조리용 단지) 및 탄화된 곡물류(기장, 조, 콩)와의 연계 분석을 통해, 고대의 복합적인 식생활 구조까지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분석 결과, 돼지의 대부분은 생후 6개월 내외의 어린 개체로, 이는 도시 내 고기 수요에 맞춘 집중적인 사육과 공급 체계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자료를 근거로 삼아 삼국시대 수도급 도시에서의 가축 사육, 유통, 소비의 일련의 흐름이 고도로 조직되어 있었음을 주장합니다.
닭의 유해도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일부 개체는 알을 생산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한 육류 소비만 아니라 가금류 사육 목적의 다변화가 진행 중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도시 중심부에서 발견된 점은 닭이 단거리 가축화된 가금류로 생활공간과 밀접하게 존재했음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유해 분석은 도시 내 사회 계층에 따른 음식 접근성, 공공 공간에서의 조리 활동 여부, 시장 유통망 존재 가능성 등 보다 넓은 도시 구조의 이해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뼈 출토 밀도와 주변 건물 구조 분석을 통해 일부 유적에서는 공공 조리 공간 또는 식품 가공 장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고대 도시계획과 상업 활동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동물 고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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