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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3.

    by. soo2125

    목차

      유골이 말해주는 고대인의 밥상

      동물 고고학을 통해서 어떤 것을 알 수 있을 까요? 동물의 뼈를 통해서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번에는 동물 고고학을 통해 식문화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물 고고학(zoo archaeology)은 고고학에서 출토된 동물 유해를 분석해 인간의 과거 생활양식을 복원하는 학제적 연구 분야입니다. 특히 동물의 뼈, 이빨, 뿔, 발굽 등 경조직 유해는 식문화(food culture) 복원의 핵심 자료로 활용됩니다. 단순히 어떤 동물을 먹었는지를 넘어서, 도축·조리 방법, 식재료 활용도, 소비 양식, 사회 계층 간의 음식 차이, 의례적 사용 여부 등 다양한 문화적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뼈에 새겨진 조리 흔적: 고대의 주방을 복원하다

      동물 유골 중에는 탄화 흔적, 절단 자국, 파쇄 흔적 등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에 탄 뼈는 조리 과정에서 직접적인 열에 노출되었음을 의미하며, 탄화의 정도와 부위에 따라 굽기, 훈제, 직화 등 조리 방식까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관절 부위가 고열에 노출되어 탄 흔적이 있다면 고기를 뼈째로 불에 구워 먹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한, 정형화된 절단 자국은 단순히 고기를 발라낸 흔적이 아니라, 특정 해체 방식이 문화적으로 정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뼈를 수직으로 깨뜨린 흔적은 골수 섭취의 증거가 되며, 날카로운 금속 도구에 의한 절단은 당시 도구의 재질과 날카로움, 가공 기술의 수준까지 반영합니다.

      음식의 계층성: 누가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가

      동물 뼈는 단순한 음식 흔적을 넘어 고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드러냅니다. 고고학 발굴에서 상류층 거주지에서는 대형 가축(소, 말, 사슴 등)의 육질 부위가 집중적으로 출토되는 반면, 하층민 거주지에서는 **작은 동물(토끼, 닭, 어류)의 잔뼈와 상대적으로 가치 낮은 부위(머리뼈, 척추, 발뼈 등)**가 자주 발견됩니다.
      이런 뼈의 분포는 식자원의 분배 구조, 특정 부위 선호도, 음식에 대한 접근성 등 사회적 요소를 입증하는 고고학적 자료입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고 소비하는 공간의 분포 역시 식문화의 계층성과 직접 연결됩니다. 상류층 지역에는 조리 흔적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별도의 요리 공간이 존재하거나, 전문 조리 인력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음식 그 이상: 동물의 상징성과 의례적 소비

      동물은 많은 고대 사회에서 단순한 식량을 넘어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컨대, 동물 머리뼈가 인위적으로 배치된 채 발견되거나, 일부 뼈가 집 내부에 매장된 경우는 제의적 행위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는 동물이 제물로 사용되었거나 정신적 보호의 의미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동물 고고학에서는 이 같은 뼈의 분포와 상태를 분석하여, 종교적 금기, 토템 동물, 희생 제의 등의 존재를 추론합니다. 특정 종의 뼈만 반복적으로 출토되거나, 성별·연령이 일관된 개체군의 유해가 출현하는 경우, 이는 의례에 동물 사용이 제도화되었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됩니다.

      고대의 잔반 처리: 소비 이후의 흔적들

      식문화는 음식 준비와 소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소비 이후의 잔재인 동물 유골의 폐기 양상 역시 중요한 해석 도구입니다. 유적에서 뼈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경우, 이는 공공 식사 혹은 축제 후 폐기물일 수 있으며, 반대로 뼈가 일정한 크기나 종류로 선별되어 묻힌 경우, 골기 제작 또는 퇴비화 등 2차적 이용을 위한 분류 작업이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깨어진 뼛조각이 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출토된다면, 이는 골수를 채취하거나 도구를 만들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뼈를 연마하여 송곳, 낚싯바늘, 바늘, 장신구 등으로 재가공한 사례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식량 전략과 계절성: 유골이 말하는 시간의 흐름

      동물 뼈는 고대 식생활의 계절성(seasonality)까지 반영합니다. 번식기 전후로 사냥당한 새끼 동물의 유해, 겨울철 염장 흔적이 있는 뼈, 저장고 근처에서 발견된 대형동물 뼈 등은 시기별 식량 확보 전략과 식재료의 저장·보존 기술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어류 유해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이는 계절성 어업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해양 자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이런 분석은 단순한 식습관 이해를 넘어, 고대인의 생태 적응 전략과 정주·이동 패턴까지 추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고대 식문화 복원의 과학적 방법들

      현대 동물 고고학은 동물 유골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기법을 병행합니다.
      형태학적 분석: 뼈의 크기, 형상, 관절 구조 등을 통해 종과 개체 정보를 식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C14): 유해가 언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
      동위원소 분석: 동물이 먹은 식물군, 물의 원천 등을 통해 사육지와 식생활 추정
      고대 DNA 분석: 품종 분류, 가축화 과정, 질병 이력까지 추적 가능
      이러한 분석 방법은 단지 과거의 식단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대인의 생존 방식과 정체성을 해석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대인의 밥상 위에는 문화가 있었다

      동물의 뼈는 단순한 유해물이 아닌, 고대인의 삶과 문화, 기술, 믿음이 응축된 유물입니다. 어떤 동물을 어떻게 잡고, 어떤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먹었는지는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가치관, 사회 구조,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동물고고학자들은 이 작은 뼛조각들을 통해 고대의 밥상 위에 있었던 음식과 이야기를 되살려내고, 과거 인간이 어떻게 먹고살았는지를 넘어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해석하는 작업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