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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1.

    by. soo2125

    목차

      동물 고고학(zoo archaeology)은 과거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 유해를 분석하는 고고학의 한 분과로, 인류학, 생물학, 생태학, 고환경학 등 다양한 학문과 융합된 학제적 연구 영역입니다. 특히, 고고학적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의 뼈와 이빨, 뿔, 발굽, 껍질, 털 등은 고대인의 삶과 직결된 생생한 자료로 간주합니다.

      과학으로 푸는 고대의 동물 이야기

      유골 분석은 단순히 동물의 종류를 식별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 사회의 경제 구조, 식문화, 의례 체계, 정주 양상, 기술 발달 수준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인 연구 도구입니다. 예컨대, 특정 유적에서 대형 초식동물의 뼈가 다수 발견되었다면, 이는 해당 지역 공동체가 집단 사냥을 통해 식량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동시에 이들의 사회 조직력이나 이동 경로를 반영하는 간접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물 유골은 당시의 기후 조건과 생태 환경 복원에도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특정 동물의 서식 범위는 그 지역의 온도, 습도, 식생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유골의 존재만으로도 당시 자연환경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고학 발굴이 단순히 인간의 유산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환경 변화와 생태계의 진화를 함께 연구하는 데 기여함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동물 유해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동물이 단순한 자원인지, 의례적 상징인지, 또는 반려나 노동 파트너였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해의 매장 방식이나 해체 흔적, 병리학적 손상 여부 등은 동물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를 말없이 증언해 줍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분석이 아닌, 인류학적 해석이 개입된 다층적 분석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대 동물 고고학은 이러한 분석을 정밀하게 수행하기 위해 형태학적 분석, 병리학적 검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안정 동위원소 분석, 고대 DNA 분석 등 다양한 과학기술을 통합하여 사용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과거 수천 년에 걸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복원하고, 그 안에서 변화해 온 생태와 문화를 실증적으로 이해하게 해 줍니다.
      따라서 동물 유해 분석은 고고학적 해석의 부차적 수단이 아니라, 고대 생활사 복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으며, 동물 고고학은 오늘날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필수적인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유골 전처리와 보존 처리

      유골 분석은 현장에서의 채집과 정리 단계에서부터 과학적으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발굴된 유해는 토양과 섞여 있거나 오염된 상태이므로 분석 전 다양한 전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 주요 전처리 과정
      세척 및 건조: 뼈 표면의 흙과 유기물 제거 후 저온 건조
      분류 및 라벨링: 골격 부위별 정리, 층위 및 위치 정보와 함께 라벨 부착
      보존 조치: 산성 토양에서 나온 뼈는 손상이 심해 보존 처리를 병행해야 함 (예: 수지 처리, 탈산 등)
      정확한 전처리 없이 분석에 들어갈 경우, 유골 손상이나 정보 왜곡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형태학적 비교 분석: 기본이자 정밀의 출발점

      형태학적 분석은 고고학적 동물 유골 분석의 기본 도구로, 동물 종을 구별하고 생물학적 특징을 추정합니다. 해부학적 특징과 치수 비교를 통해 유해의 종(species), 품종(breed), 나이(age), 성별(sex)을 유추합니다.
      - 기술적 절차
      현대 동물 골격 참조 표본 이용
      두개골, 견갑골, 골반뼈, 치아 등 비교
      디지털 측정 도구 활용(3D 스캐닝)
      최근에는 디지털 골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정량 분석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자동 종 분류 기법도 개발 중입니다.

      병리학 및 사용 흔적 분석: 삶의 방식과 인간 개입의 흔적

      고대 동물 유해는 단순히 죽은 생물체의 잔해가 아니라 삶의 흔적과 인간의 개입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뼈에 남은 병리학적 징후나 도구 사용 흔적은 당시 환경과 인간-동물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 병리학적 분석 예시
      관절염 흔적: 반복적인 하중 → 짐 운반용 동물 가능성
      치유된 골절: 반려적 보호 혹은 의도적 치료
      기생충에 의한 병변: 위생 환경이나 식이 특성 반영
      도살 및 사용 흔적
      절단 및 해체 흔적: 도축 방식과 부위 활용도
      탄화 흔적: 조리 여부 및 조리 도구 추정
      가공 흔적: 골기(骨器), 공예품, 의례적 유물로의 활용
      특히, 특정 부위의 반복적인 가공 흔적은 문화적 관습이나 식사 의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연령 및 성별 분석: 집단 구조와 사육 전략 해석

      동물 집단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유골을 통한 연령층 분포와 성별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의 분석을 넘어서, 인간의 자원 관리 전략을 해석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 연령 분석 기준
      치아 마모도 및 치열 변화: 연령 추정에 가장 널리 사용됨
      성장판의 융합 여부: 개체가 성장 중인지 완전히 성숙했는지 확인
      골조직의 미세 구조 분석: 연대 측정 보조 지표로도 활용됨
      - 성별 분석 기준
      성적 이형성(dimorphism): 골반뼈와 두개골의 형태 차이
      사슴의 뿔, 소의 어깨 크기 등: 종에 따라 성별 차이가 두드러짐
      예를 들어, 젊은 수컷 동물 유골이 다수 발견되면 도축 우선 대상이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고기 생산 중심의 사육 방식을 의미합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절대 시기 확정

      동물 유골의 연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법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C14 dating)입니다. 이 방법은 유해가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를 수치로 확정해 주므로, 유적의 시대적 배경을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합니다.
      - 탄소 연대 측정 과정
      콜라겐 추출
      방사성 탄소(C14) 함량 측정
      캘리브레이션(보정 곡선) 적용
      특히 사람과 동물 유해의 연대를 함께 측정할 경우, 공동생활 시점, 식량 자원 전환 시기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 과정을 밝힐 수 있습니다.

      안정 동위원소 분석: 식성과 환경 추적

      안정 동위원소 분석은 뼈에 축적된 탄소(C), 질소(N), 산소(O), 스트론튬(Sr) 등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해 동물의 식성, 환경, 이동 경로를 과학적으로 복원하는 방법입니다.
      - 주요 해석 항목
      δ13C: 초식/잡식/육식 구분 및 식생 유형
      δ15N: 먹이사슬 내 위치 (높을수록 육식성 강함)
      δ18O: 섭취한 물의 기후적 기원 → 거주 지역 파악
      이 방법은 특히 고대의 사냥-채집에서 농경·목축 사회로의 전환, 또는 외래종 도입 여부를 식별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합니다.

      고대 DNA 분석: 유전적 계통과 개체군 연구

      최근에는 aDNA(ancient DNA) 분석이 동물 고고학에 본격 도입되며, 기존의 형태학 중심 분석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직접 분석함으로써 가축화의 경로, 개체군 유입·이동, 품종 다양성 등을 밝힐 수 있습니다.
      - 분석 적용 사례
      멸종 동물의 유전적 계통 추적
      현대 가축과의 유사도 비교 → 가축화의 경과 파악
      특정 지역 고유 품종 확인
      DNA 분석은 보존 상태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으나, 최근에는 초미량 DNA 추출, 메타게놈 분석 기술로 보다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